I try by 페이퍼백

비가 오니 좋다. 그동안 가뭄이 너무 심했다. 가끔 가족들과 여행을 갈때마다 강의 바닥을 드러난 풍경을 여러번 목격했다. 얼마전 월악산을 다녀왔을때도 마찬가지였다. 계곡의 물이 말라버렸다. 고추 농사를 짓는 농부의 어두운 얼굴을 발견한 것도 그때였다. 뭔가 삭막해져가는 것을 체감했다. 원래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들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랬다. 분명. 왜 이렇게 각박해져갈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속에서도 뭔가 결여된 것이 존재했다. 인간을 닮아가는 자연을 볼 때마다 답답했다. 사는데 무심한 편이지만 세상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럴때마다 비라도 실컷 내렸으면. 뭔가 흘러가도록 비라도 내렸으면 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비로소 진정되는 것 같다. 3주간 다이내믹하게 일상을 바꿨다. 노력했다. 영감을 떠오르지 않아도 무조건 썼다. 그런 것이 필요한 게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제된 글을 뿁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비평이든 인상이든 그 무엇이든 나오는 대로 쓰고 싶었다. 어제 서울에 다녀왔다. 조금씩 어떤 변화를 느꼈다. 일년만에 찾은 씨네큐브의 주변이 변했다. 내조를 찍는 빌딩이 어디인지 직접 확인했다. 광화문 6번 출구가 공사중이어서 5번 출구로 나왔다 방향 감각 잃어버려서 한참 헤맸다. 순간 순간마다 조금씩 헤매는 느낌이었다. 씨네큐브가 종로3가에 있는지 종로5가에 있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2호선 타고 가면서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광화문에 있잖아" 친구의 대답을 듣고 한참 동안 나자신한테 놀라웠다. 정말 거짓말처럼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잃어버렸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일이 요즘에 종종 있다. 지난 번 <여름의 조각들>을 보러 갈때도 나다가 어디있는지 몰라서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혜화. 작년 서울에 올라갈때마다 중폰지만 찾아서 그런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찾지 않으면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노력해야 한다. 무엇이든. 노력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다. 내 속에 현재 결여된 상태라 할지라도 결국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잃어버리거나 제자리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도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완전히 모를 수 있었을까. 오랜만에 연락이 없었던 이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진동이어서 받지 못해 문자로 안부를 물었다. 사는 게 힘들다는 얘기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아니다. 사는 게 힘드니까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웬만해선 연락이 없는 것이다. 힘들다는 지인의 말에 "그럼 노력하세요"라고 보내줬다.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창 너머로 보이는 밤의 풍경을 보면서 속으로 말했다. 우리는 모두 똑같구나. 누구나 마찬가지구나. 여기서 나는 끝나지 않는다. 그런 혼잣말로 멜랑콜리해지지 않는다. 그럼 나는 다르면 되지. 나는 노력해서 다르게 살거야. 그게 나다. 지금 나는 살아 있다. 어떤 식으로든. 비가 와서 좋다. 비가 더 내려야 한다. 아니 매일밤 이렇게 비가 왔으면 좋겠다. 낮은 화창하고 밤은 시원하게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베개를 베고 누워 천장을 볼때 기도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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